성경식물(1) 쥐엄나무 열매

“저가 돼지 먹는 쥐엄 열매로 배를 채우고자 하되 주는 자가 없는지라 (눅15:16)”

우리가 잘 아는 탕자 비유에서 나오는 쥐엄 나무는 이스라엘에서 굉장히 흔한 식물이고, 또한 원산지 역시 이스라엘이다. 고대부터 이 땅에서 흔하게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쥐엄나무가 구약 성경에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은 놀랍다. 오직 신약성경 이 구절에서만 우리가 겨우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히브리어로 하루브(חרוב)라 부르는 이 식물은 탈무드에 자주 등장하며 서남아시아, 북아프리카 아랍인들에게도 흔한 식물이다. 탈무드에서는 유대인 랍비 시므온 바르 요하이가 아들과 함께 로마인들에게 잡힐까 두려워 갈릴리 동굴에 숨어 있을 때, 쥐엄나무 열매만으로 12년간 생존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쥐엄나무는 많은 식물 군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스라엘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꽃은 작고 녹색을 띠며 가을에 피지만, 열매는 다음 해 여름 늦게까지 익지 않는다. 열매는 많은 씨앗이 들어 있으며, 익으면 땅으로 떨어진다. 과육은 아랍인들이 일종의 시럽을 만드는 데 사용하며, 설탕 함량이 보통 50%에 달한다. 주로 가축사료로 쓰이지만 기근 시에 사람들이 비상식량으로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특히 고대 선지자들이 쥐엄나무 열매를 말려서 스니커즈와 같은 에너지바 형태로 많이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세례요한이 먹었던 음식이 실제로는 메뚜기가 아니고 쥐엄나무 열매가 아니냐는 설이 존재한다. 메뚜기는 히브리어로 하가브(חגב)이고 하루브와 음이 비슷하다. 독일어로도 이 이유 때문에 이 열매를 “Johannisbrod”라고 부른다. 베들레헴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여정에 대한 라볼프의 기록에서 그는 “길을 따라 현지인들이 ‘하루비’라고 부르는 나무가 많이 있었고, 우리는 그 열매를 세례 요한의 빵이라고 불렀다”고 말한다.

사실 쥐엄나무 열매 자체는 성경적으로 크게 중요한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스라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열매를 바라볼 때마다 탕자의 비유를 떠올린다. 지금도 우리 주님은 마을 밖 어귀에서 자신의 잃어버린 아들을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계신다. 오늘도 철이 지나 말라버린 쥐엄나무 열매를 바라보며 조금이라도 그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한다.